열린마당

간호문학 공모전 수상작

제26회 간호문학 공모전 심사평

장정애 시인

여성권익증진 공로 부산시장상, 치매가족의 날 공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부산여성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문학도시》 작품상 수상 등.
제9시집 『천 년 쌓인 햇살』, 수필집 『어머니의 꽃길』 등 다수.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우리가 보통 7080이라고 부르는 가요 중에 ⌜개똥벌레⌟가 있습니다. 여자 가수의 청아한 음성이 아름다운 노래지요. 개똥벌레란 우리가 반딧불이라 부르는, 깨끗한 하천과 습지에 사는데 환경파괴로 이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지요. 그래서 어느 날 함께 노래하던 문인들에게, 스스로 빛을 내야 하는 창작 역시 반딧불이처럼 맑거나 외롭거나, 맑고 외롭거나, 맑아서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빛을 내는 창작의 희열이 외로움을 능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 가작으로는 서지혜 님의 시 ⌜새들⌟, 박수연 님의 소설 ⌜헌신이란 이름으로⌟, 노경빈 님의 수필 ⌜꽃 같은 그대들을 떠나보내며⌟가 뽑혔습니다. ⌜새들⌟은 한 편의 시 안에 서사敍事가 있습니다. 미싱공장 벽, 언니와 나, 샌들, 회색 공장, 엄마, 새… 같은 낱말들이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수필이나 소설로 얼마든지 늘려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짧은 시 한 편으로 압축해 낸다는 데에 시의 맛이 있습니다. ⌜꽃 같은 그대들을 떠나보내며⌟는 방문간호사의 일상을 담담히 풀어 쓴 수필입니다. 글이니 담담하게 읽힐 뿐, 떠나가신 ‘그대들’과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독자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록이 글쓴이에게도 정화 과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헌신이란 이름으로⌟는 간호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임상 상황을 쓴 단편입니다. 간호사인 주인공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의료인이 아닌 독자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읽힐 소재로 보입니다. 마지막에 헌신이라는 낱말을 ‘헌 신’으로 풀고 ‘새 신’에 빗댄 부분이 잠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우수작인 박봉희 님의 수필 ⌜방울토마토⌟는 방울토마토 모종을 키우며 그 과정을 간호에 대입하여 풀어냈습니다. 모종을 살뜰히 돌보는 마음이 환자들에게도 절로 가닿을 것이라 짐작되는 글입니다. 간호사로서 당연한 돌봄을 환자가 아닌 식물에 대입하여 표현한 부분이 돋보입니다. 김하니 님의 수필 ⌜여백의 미(美)⌟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시사적 문장입니다. 실제 상황을 기록하고 문제점을 직시하여 나름의 의견을 개진한 문장이 군더더기 없
이 깔끔합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우수작은 박보영 님의 ⌜피에로는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에⌟입니다. 1인칭 소설로서 스토리 전개가 비교적 자연스러워 소설로서 지녀야 할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회전목마처럼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어느 모로는 광대와 같다는 자조적 인식을 ‘나’의 가정이 몰락해 가는 과정에 잘 담았습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작품들을 보며 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돌봄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품하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최우수작 소설

피에로는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에

박보영 | 부산고려병원
우수작 수필

여백의 미(美)

김하니 | 부산 중구 보건소
우수작 수필

방울토마토

박봉희 | 봉생힐링병원
가작 수필

꽃 같은 그대들을 떠나보내며

노경빈 | 부산 남구보건소
가작 소설

헌신이란 이름으로

박수연 | 부산대학교병원
가작

새들

서지혜 |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